[콘경트렌드-여행에미치다②] 200만을 이끌다...'1% 크리에이터+자발적 아마추어리즘'

기사입력:2018-05-24 10:31:43
center
[콘텐츠경제 김수인 기자] 여행에 미치다(이하 여미)는 여행 콘텐츠계의 성지다. 핫한 여행영상을 보고 싶은 1020세대라면 빠짐없이 여미를 찾는다. 여미는 2014년 3월, 여행을 좋아하던 조준기 대표가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다. 좋아요 30여개에 불과했던 이 페이지는 4년 만에 팔로워 190만 명을 거느린 대표 여행 커뮤니티로 거듭났다. 현재는 국내 페이스북 내 독보적인 여행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국내외 정부기관부터 기업까지 콘텐츠 제휴를 바라며 줄을 서고 있다. 여미가 2017년 상반기 콘텐츠 제휴로 거둔 매출액만 5억 원에 이른다. ‘여행자의 바이블’이라는 별칭까지 붙은 여미의 성공전략을 알아본다.

◇ ‘프로인 척’은 지양, 여미의 자발적 아마추어리즘

여미는 ‘여미스러움’을 ‘자발적 아마추어리즘’으로 정의한다. 전문가주의는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화려한 포장은 거두고 패키지 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험들로 영상을 채운다. 콘텐츠들은 최대한 자연스러우면서도 개성있도록 연출한다. 누구나 여행을 다녀왔다면 여행기를 영상에 담아 올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우리 이야기를 표방한다. 자발적 아마추어리즘이 여미 콘텐츠의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조 대표는 “팬들은 전문가가 찍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영상에 훨씬 크게 공감한다”고 설명한다.

center
여행에 미치다 영상 콘텐츠 〈세 훈남의 라오스 여행〉 갈무리(사진=여행에 미치다 유튜브)

‘자발적 아마추어리즘’은 여미의 대표 콘텐츠에서 두드러진다. <세 훈남의 홍콩여행> 영상은 여미의 정신이 드러난 콘텐츠다. 영상은 샤워 중인 남자의 발을 보여주는 첫 장면부터 시작한다. 남자들은 샤워를 마치고 호텔 침대 이불 속에서 “오늘 홍콩 갈 준비 됐어?”라고 속삭인다. 촬영 배경은 홍콩이지만, 구체적인 장소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빠른 음악과 청년들이 여행지에서 느끼는 흥분만 전달된다. 마치 내 친구들이 SNS에 올리는 게시물처럼 보인다. 이 영상은 현재까지 약 380만 번 조회됐다. 좋아요 수만 10만 개에 이르고, 댓글은 7만 개에 가깝다.

이 콘텐츠의 첫 장면은 영상 속 배우들이 즉흥적으로 내놓은 아이디어다. 달리 말하면, 홍콩여행을 간 청년들만이 내놓을 수 있는 생각이다.

조 대표는 “현장에서 직접 배우들이 느낀 감정, 그 순간을 캐치해낸 자연스러운 영상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제작과정도 실제 여행기가 기본이다. 사실 세 훈남 영상의 배우들은 전문 모델이 아니다. 1명은 여미 영상감독, 다른 2명은 여행을 좋아하는 일반인이다. 단순히 ‘주변 친구들’과 떠난 여행인 셈이다. 친구들끼리 떠난 여행이니 자연스러움이나 즐거움이 실제 영상에서도 묻어난다.

제휴로 제작되는 영상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보는 사람이 인위적이라고 어색하게 생각할만한 내용은 잘라낸다. 광고주의 요구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미에 따르면, 호텔 광고주가 자사의 다양한 호텔 계열사를 영상에 여러 개 노출하길 원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유여행객이 4박 5일동안 숙소를 2번 이상 옮기는 모습은 쉽사리 상상하기 어렵다. 여미는 자연스러운 여행 동선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광고주에게 호텔 2개만 노출시키자고 역제안했다.

◇ 여미의 원동력, 1% 크리에이터의 힘

여미는 190만 커뮤니티로 성장했지만, 공식 운영진은 조 대표를 포함한 6명이 전부다. 이중 콘텐츠 담당이 4명, 브랜드 담당이 2명이다. 하루에 평균 2개에서 3개 영상이나 이미지를 업로드하니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center
여행에 미치다는 비공개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규모는 27만 명에 달한다.(사진=여행에 미치다)

6명이 190만 명을 이끄는 비결은 ‘커뮤니티’에 있다. 커뮤니티는 여미의 원동력이다. 여미 초기, 페이지에 올라온 콘텐츠의 70%는 그룹 회원들이 만든 결과물이다. 여미 운영진은 회원들이 게시한 콘텐츠 중 우수한 작품들을 추려 공개 페이지에 올린다.

조 대표는 “여행 콘텐츠는 다른 분야보다도 시의성과 현장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운영진이 사무실에서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에 한계가 있다”며 “그룹 구성원들의 아이디어와 제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여미 콘텐츠의 원천은 1%의 크리에이터 집단에 있다. 디지털마케팅 전문가 제이콥 닐슨은 인터넷 사용자 중 1%가 적극적인 창작자 집단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이 90%에 해당하는 수동적인 관망자 집단과, 9%의 단순 확대·재생산 집단을 이끈다고 정의한다.

여미는 커뮤니티 규모가 커지자, 이 1% 집단을 관리해나갔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해내며 여미문화를 만들어내도록 유도한 것이다. 여미는 회원의 콘텐츠를 공개할 때면, 회원 이름을 함께 적었다. 여미가 부여하는 인증마크인 셈이다. 여기에 콘텐츠를 제작한 회원은 여미 굿즈를 선물 받는다. 여미 로고가 박힌 여권지갑, 배지, 수건 등 여행용품을 모아 둔 기념품이다.

여미가 여행 크리에이터를 위한 등용문이 되기도 했다. 회원들이 경쟁적으로 콘텐츠를 여미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여미 플랫폼이 일종의 ‘콘텐츠 테스팅 베드’가 된 셈이다. 여미에서 성공하면 다른 곳에서도 먹힌다는 법칙이 생겨났다. 실제로 이승아 씨는 여미를 통해 데뷔한 여행작가다. 이 씨는 여미에서 충성도 높은 팔로워를 확보해 영향력을 얻어냈다. 현재 1인 크리에이터로 독립해 활동 중이다.

조 대표는 “이승아 씨같이 여미로 데뷔한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지면서 그룹 게시물 수준이 경쟁적으로 올라갔다”고 밝힌다.

김수인 기자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