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경트렌드]미니멀리즘 대가 무인양품... “브랜드 없어도 좋다”

기사입력:2018-06-05 09: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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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경제 박소현 기자] 무인양품(無印良品, 이하 무지)은 브랜드 없이 브랜드를 만든다. 비우고 또 비운다. 디자인, 패키지 포장 등 브랜드를 드러낼 수 있는 요소들을 철저히 상품에서 배제한다. 상표를 상품에 붙이지도 않는다. 오로지 ‘있어야할 기능’만 상품에 남겨놓는다. 주전자라면 주둥이와 손잡이, 뚜껑만 있으면 된다. 상품 자체가 무미건조할 수밖에 없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음식을 먹는 듯한 기분이다. 단조롭지만 그만큼 담백하다. 비우고 비워서 남은 그 담백함이 무지의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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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JI 매장 전경(위)과 상품들(아래) (사진=MUJI)

사람들은 무지의 담백함에 빠졌다. 미니멀리스트로 알려진 일본 주부 야마구치 세이코도 ‘무지’를 미니멀리스트의 비결로 꼽는다. 그가 쓴 책 <무인양품으로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 등 미니멀리즘을 지양하는 책에는 무지가 빠지지 않는다. 한국사람들도 무지를 예찬한다. 작년 무지는 국내에서 매출 약 786억 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약 27억 8,000만 원이었다. 전년대비 매출은 약 40%, 영업이익은 7,122% 늘어난 수치다. 국내에는 200평 이상 규모인 무지 매장이 늘고 있고, 기세를 몰아 2020년까지 40개점을 낼 계획이다.

시작은 31평이었다. 창업자 쓰쓰미 세이지가 자신의 회사 임직원과 전문가를 모아 만든 PB(Private Brand) 상품이 시발점이 됐다. 초기 제품은 가정용품 9종과 식품 31종 등 40개 품목이었다. 브랜드를 내놓을 당시 품목 선정 조건은 현재 무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상 생활 안에서 꼭 필요한 물건이나 ▲생활에 필요한 도구는 사용하기 쉬운 것을 중심으로 꼽았다. ▲생산과정은 꼼꼼하게 점검했고, ▲불필요한 비용이 들지 않도록 패키지를 최소화했다. 세이지는 애초 자사 양판점 ‘세이유’에서 PB상품들을 팔았다. 상품들이 인기를 끌자 1983년 전용 매장을 냈다. 31평 규모 작은 무인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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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제품들(사진=MUJI)

하라주쿠 근처에 자리 잡은 무지 1호점은 무지의 성지로 통한다. 마니아들에겐 무지의 예루살렘인 격이다. 1983년부터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당시에는 무지 제품을 위주로 팔았지만 현재는 작은 편집숍도 겸한다. 무지와 같은 철학을 지닌 다른 나라의 제품을 발굴해 전시하고 판매한다. 무지의 철학이 온전히 담긴 공간이다.

무인양품은 이름 그대로 도장이 안 찍힌(무인, 無印) 질 좋은 제품(양품 ,良品)이다. 독특함이나 차별화를 뜻하는 “이것이 가장 좋다”나 “이것이 아니면 안된다”보다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가치를 내세운다. 브랜드가 없다는 사실과 좋은 품질(No Brand, Good Product)을 강조한다. 본질에 집중한다.

본질에 집중하는 ‘미니멀리즘’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진다. 무지의 아트디렉터이자 20세기 일본 최고의 디자이너 ‘다나카 이코’가 디자이너 ‘하라 켄야’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줬지만 무지의 브랜드는 흔들리지 않았다. 무지의 담백함이 그동안 변하지 않았던 것처럼 미래의 무지도 그 맛을 간직할 것이다.

<참고문헌>

<무인양품으로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 야마구치 세이코, 터닝포인트, 2016.08
"싸고 좋으면 통해" 미니멀리즘 뚝심, DBR, 2017.11
매거진 B(Magazine B) No.53: 무인양품(MUJI), JOH, 2017.01


박소현 기자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