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경트렌드] 관광콘텐츠, '스케일에서 스토리로'

기사입력:2018-06-21 10: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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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경제 박소현 기자] 미국 LA는 영화 <라라랜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레스토랑 스모크하우스는 재즈곡 ‘Japanese folk song’에 이끌려 운명의 상대를 만날 듯 한 장소로 변했다. LA 명물 케이블카 에인절스 플라이트에서는 연인과의 첫 키스를 꿈꿀 수 있게 됐다. 라이트하우스는 자신의 꿈을 연인과 나누고 싶은 남자들에게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고, 콜로라도 브릿지는 미아와 세바스찬을 꿈꾸는 커플들의 첫 데이트 코스가 돼버렸다. 이렇게 영화는 이야기를 낳고, 이야기는 관광을 낳았다.

관광은 둘로 나뉜다. 풍경 관광과 문화 관광이다. 풍경은 그 자체로 대개 아름답다. 직관적이며 대상 그대로 방문객에게 다가온다. 중국의 자금성이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 등을 바로 앞에서 보고 있다고 상상해보면 된다. 거대한 규모에 압도당하거나 장엄한 분위기에 휩싸이는 듯한 기분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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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첨성대 (사진=구글 갈무리)

반면 문화는 때에 따라 다르지만, 직관을 넘어선다. 받아들여야하며 이해해야한다. 자신의 경험을 집어넣어야 할 때도 있다.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이 경주 첨성대를 본다면 크기나 모양만 보고 감탄하거나 실망할 수 있다. 단, 첨성대가 천문관측대라는 사실과 과거 신라 사람들이 27단의 다소 아담한 돌탑으로 24절기를 측정했다는 역사를 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혹은 어릴 적 수학여행을 경주로 온 사람들에게도 첨성대는 특별한 의미일 것이다.

이야기 관광은 문화 관광에 해당한다. 관광지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그 의미는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인간의 역사는 말이나 이미지, 글로 된 신화나 동화, 전설과 함께 진행됐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가 주는 감동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주요한 문화적 원동력이다. 인간을 ‘이야기하는 존재(Homo narran)’라고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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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여행도 본질적으로 삶의 방식과 연결된 행위다. 다른 삶을 관찰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해 감동을 얻는 과정이다. 만리장성에 찾아가는 이유도 장벽에 담긴 이야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든지, 달에서도 보이는 건축물이라든지 같은 이야기들이다. 규모에서 오는 감동도 대체로 이 이야기들에 기반을 뒀다. 인류의 위대함이 관광지에 어려 있다. 하지만 랜드마크의 규모가 여행의 기준이 되면 ‘감동 방아쇠’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휘창 서울대 교수는 이 같은 관광산업을 제조업에 비유했다. 제조업에서 진정한 경쟁력의 원천은 천연자원처럼 ‘유산으로 물려받은 우위(inherited advantage)’가 아니라 ‘창조된 우위(Created advantage)’다. 후자일수록 다른 사람이 모방하기 어렵다. 또 지속가능성도 높다. 관광산업도 마찬가지다. 거대하고 화려한 관광지를 여러 번 방문하려는 관광객은 적다. 한번 보면 놀랍지만 거기까지다. 다시 더 거대하거나 화려한 장소를 찾게 될 뿐이다. 그곳에서는 새로운 감동과 의미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담한 케이블카 에인절스 플라이트는 몇 평 안 되는 공간으로 첫 키스의 알싸한 기억을 되살려준다. 그 기분을 느낀 관광객이라면 다시 찾고 싶은 케이블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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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무위키)

한국은 어떨까. 현재 국내 외국인 관광 시장은 위기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2016년 1,546만명에서 2017년 1,333만 명으로 줄었다. 사드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래도 2018년 전망도 낙관적이진 않다. 또 2012년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재방문하는 경우도 줄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방문객들은 방한기간동안 활동의 75.7%는 쇼핑, 51%는 식도락 관광을 즐긴다. 고궁이나 역사 유적지를 방문하는 경우는 25%에 불과하다. 포기하기는 이르다. 한국에는 개발되지 않는 관광지들이 충분하다. 어떤 이야기를 담는가에 따라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는 자원들로 가득하다. 신촌거리는 술집이나 젊음의 거리에 머무르지 않고 권리를 찾으려는 젊은이들의 아픔이 담긴 공간, 시위의 역사가 녹아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 광화문 광장도 참여민주주의의 현장으로서 가치 있는 공간이다. 을지로와 종로 골목은 6070대 산업화 시절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장소로 포지셔닝할 수도 있다. 이야기는 관광을 낳는다.

<참고문헌>

한국만의 매력에 취하게 할 ‘스토리 관광’필요, N CONENT 2018. 05-06 Vol.06
산타...로미오...노아의 방주... 스토리가 관광이다. DBR, 2011.03, Issue 2
왜 관광스토리텔링인가-이야기로 관광객의 감성을 사로잡아라, 한국관광공사, 한류연구팀

박소현 기자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