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계정에 진절머리" 인플루언서에 등돌리는 기업들

기사입력:2018-06-23 1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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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경제 조서연 기자] 유니레버가 가짜 팔로워로 몸집을 불리는 인플루언서들에게 마케팅 협력 기회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반발심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BBC는 22일 (현지시각) 기업들의 이러한 정책변화가 '진짜' 인플루언서들에게 위협으로 작용하는지를 분석했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기업 협찬 콘텐츠를 제작하여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소셜 인사이트 기업 캡티브8의 조사에 따르면, 팔로워 수 백만 명 이상을 보유한 '밀레니얼 인플루언서'들은 협찬 포스팅 개당 2만달러 (약 2,200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 인플루언서 가운데 몇은 준연예인 급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열풍에 편승해 가짜 봇계정을 판매하는 업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팔로워 수가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측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사용되기에 발생한 병폐다. 인스타그램은 매일 수 백만 개에 달하는 가짜 계정을 삭제하며 브랜드와 인플루언서 사이에 건강한 관계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짜' 인플루언서들은 중간에 끼여서 매우 난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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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이프스타일 블로거 올리비아 링크)

뉴욕에 거주하는 라이프스타일 블로거 올리비아 링크는 "봇계정에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링크는 지금까지 600개가 넘는 브랜드와 같이 일했다. 현재의 팔로워 규모를 확보하기 위해 그는 4년을 노력해야 했다.

그녀는 "가짜 계정을 사서 인플루언서가 된 사람들과 경쟁한다는 것은 매우 힘빠진다"라고 좌절감을 표현했다. 이어 "나만의 독자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최소 주당 70시간을 블로그 관리에 투자한다. 독자들이 이를 알아줄 것이라고 믿고있다"라고 덧붙였다.

유니레버처럼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지친 기업들이 한 둘이 아니다. 몇몇 호텔 체인은 더이상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인플루언서에게 비싼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해도 가시적인 마케팅 효과를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인플루언서에 등을 돌리는 흐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영국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에이전시 재즐 미디어에 따르면, 점점 더 많은 마케터들이 인플루언서 기용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영국 마케터 1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향후 12개월동안 어느 누구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전략적 중요성을 두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사이먼 펜슨 재즐의 대표이사는 이러한 움직임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효과를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봇계정의 존재가 점점 기승을 부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라이프스타일 인스타그래머 나타샤 글록은 "특정 인플루언서들이 봇계정을 이용한다는 것은 불공정하다. 그러나 이를 막기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내가 제작한 콘텐츠를 좋아하고 같이 일할 의향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 진짜 구독자들을 갖고 있을때 홍보효과가 훨씬 좋다. 독자들의 진짜 관심과 솔직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글록의 팔로워 수는 5만 1,000명에 달한다. 대부분 독일에 거주하는 18-25세 남녀로 구성돼있다. 글록은 유니레버의 도브를 포함한 200개의 브랜드와 같이 일했다. 그는 인플루언서 활동이 제 2의 수입을 가져다 준다고 말했으나, 지금의 구독자 베이스를 확보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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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 툴라 로즈)

런던에 거주하는 라이프스타일 블로거 툴라 로즈는 "왜 몇몇 인플루언서들이 가짜 계정을 구매하는지 이해는 간다. 유명세를 타야 한다는 압박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해석했다.

그녀는 "특정 브랜드는 독자와의 소통 정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팔로워 수에만 신경 쓰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건 불공정하다. 브랜드 입장에서 가짜 인플루언서 때문에 마케팅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는거다"라고 덧붙였다.

BBC가 인터뷰한 인플루언서 세 명 모두 인스타그램 활동은 보기좋은 사진을 올리는 정도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진을 편집하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독자들과 소통하고 브랜드를 설득하는 일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키스 위드 유니레버 CMO는 가짜 인플루언서 퇴출을 발표했으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완전히 절연하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키스는 "보증선전 (endorsement)가 특별히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헐리우드 스타 리타 헤이워스와 라나 터너가 비누 광고에 등장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인플루언서들의 경우 좀 복잡하다. 우리는 우리 브랜드의 상품을 매일 사용하는 사람들, 즉 일반독자들과 진짜 관계를 갖고 소통하는 인플루언서와 협력하고자 한다"라고도 강조했다.

조서연 기자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