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4 13:05  |  MCN·뉴미디어

[콘경 MCN] 'ASMR’, 유튜브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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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
[콘텐츠경제 윤은호 기자] 불면이다. 밤낮이 바뀐 지 오래다. 침대에 누워도 잠은 오지 않는다. 옆집 말 소리는 어찌나 크게 들리고 새벽의 유튜브는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감기지 않는 눈이 원망스럽다. 자정이 지나기 전에 잠든 날이 있나 싶다. 해가 뜨면 오늘은 기필코 일찍 잠드리라 다짐하지만 해가지면 그 의지는 이내 무뎌진다.

불면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특효약이 있다. 유튜브 콘텐츠 ‘ASMR’이다. ASMR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청각 콘텐츠다. ASMR의 목표는 우리 귀다. 평소에 의식하지도 못한 각종 소리의 세계가 펼쳐진다. ASMRer(ASMR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들은 만물을 두드리며 소리를 담는다. 내 귀를 간지럽히는 일명 ‘귀르가즘’을 유발하는 소리들이다.

ASMR은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다. 우리말로는 ‘자율감각 쾌락반응’이다. ASMR이 과학적으로 수면에 효과적이라는 말도 사실 풍문이다.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바 없다. 아무렴 어떠냐.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이 속사귐은 내 귀에 안정제가 된다.

스티븐 노벨라 예일대 의대 교수는 이를 두고 ‘즐거운 발작’이라고 표현했다. 듣고 있으면 짜릿하게 전율을 느끼다가도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니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비유다.

소리도 취향을 탄다. 특정 ASMR이 나에겐 편하지만 누군가에겐 소름끼치는 소리일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유튜브엔 수 백 만개의 ASMR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ASMR만 검색해도 두드리거나(Tapping), 먹거나(Eating), 만드며(Visualiztion) 발생하는 소리들을 채집한 영상들이 수두룩하다.

◇ 이팅(EATING) ASMR : 먹는 즐거움보단 듣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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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ANA ASMR 유튜브

과자의 바삭한 소리, 달콤한 케익에 부드러운 크림이 녹는 소리, 샐러드의 아삭한 소리. 모두 우리 귀를 자극하는 소리다. 이렇게 먹는 소리로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콘텐츠가 있다. 이팅 ASMR이다.

국내 이팅 ASMRer의 대부는 유튜버 'DANA ASMR(이하, DANA)' 이다. DANA는 ASMR계에 선구자로 불린다. ASMR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시기부터 활동했던 유튜버다. 활동 기간만 4년이다. 콘텐츠는 200여개나 된다.

DANA의 이팅 사운드는 섬세하며 조심스럽다. 과정을 일일이 촬영하고 디테일한 소리를 따낸다. 마시멜로가 입안에서 녹는 과정을 묘사하고 바삭한 튀김옷 표면까지 잡아낸다. 음식 먹는 소리는 귀속말처럼 들린다.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먹는다. 여기에 조곤조곤한 DANA의 목소리라는 MSG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영상을 모두 들을 새도 없이 잠들 수 있다. DANA 구독자 중엔 그 누구도 영상을 끝까지 본 사람이 없다고 하는 풍문이다.

◇ 롤-플레이(ROLL-PLAY) ASMR : 소리에 역할극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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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RS J ASMR 유튜브

기억하는가. 어릴 적 엄마가 귀를 파 줄 때 느꼈던 간지러움과 아늑함. 미용사가 부드러운 손길로 머리를 감겨줄 때 들었던 나른함. 피부과에서 관리를 받을 때 받았던 포근함. 눈이 저절로 감기는 경험들이다.

롤-플레이 ASMR는 일종의 ‘상황극’이다. ASMRer가 특정 공간을 설정해 가상 상황을 연기한다. 이 콘텐츠에서는 사람의 목소리와 물체의 소리 등이 섞여 나온다. ASMRer가 시연하는 모습을 우리가 관람하는 인상이 짙다. 소리도 즐길 수 있지만 누군가 나를 돌봐주는 듯한 경험을 할 수있다.

유튜버 RS J ASMR(이하, RS J)이 대표적이다. 롤플레이 ASMR은 유튜버가 가상상황을 연기해야하는 특성상 내용이 인위적일 수 있지만 RS J는 다르다. 이 ASMRer는 전문 롤플레이어다. 침착하게 롤플레이를 구사한다. 롤플레이계의 숨은 강자다. 구독자수는 6만명이다. 다른 유튜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3년 동안 활동하며 130개의 ASMR 콘텐츠를 확보한 것이 그의 저력이다. 총 조회수는 700만건에 이른다.

RS J의 매력은 목소리다. 낮고 담담한 목소리로 영상을 진행한다. 조용하게 속삭이는 타 유튜버와 차별된다. 그의 침착한 목소리는 병원이나, 미용실, 피부과 테마에서 현장감을 극대화한다. 그의 영상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 비주얼라이제이션(Visualiztion) ASMR : 귀에 이어 눈까지 호강시키는 AS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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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SMRSurge 유튜브

ASMR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롤플레이 ASMR이 낯설 수 있다. 청각 위주의 ASMR과는 사뭇 다른 내용과 형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보는 즐거움은 납득하지만 역할극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상황에 몰입하기도 쉽지 않다.

비쥬얼라이제이션 ASMR은 롤플레이 ASMR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대안이다. 이 ASMR은 디테일한 소리에 영상미를 더했다. 미용실에 방문한 손님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고 유튜버를 마사지사로 여기지 않아도 된다. 심신을 안정시키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두 손으로 오브제를 만드는 ASMRer를 주목하면 된다. 고퀄리티 영상은 덤이다.

오브제 수공예의 대표주자는 유튜버 ‘ASMRSurge’다. 이 유튜버는 아날로그 소재를 주제로 잡는다. 원목으로 나무숟가락을 만들거나 구두솔로 구두를 닦는 영상을 찍는 식이다. 그가 5년간 끌어 모은 구독자는 41만명에 이른다. 콘텐츠 수도 상당하다. 이 중 백미는 손글씨 ASMR이다. 표면이 거친 양지에 만연필로 글을 쓴다. 연필이 종이 솜털에 걸리며 나는 ‘사각사각’한 소리도 잡아낸다. 무게감 있는 촬영기법과 무드등으로 자아내는 부드러운 분위기도 일품이다.

윤은호 기자 yyh@con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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