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6 10:10  |  MCN·뉴미디어

[NEXT OTT①] 일본 콘텐츠 시장 뒤흔든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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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콘텐츠경제 이종균 기자] “콘텐츠가 왕이다” 빌게이츠 MS 창업자는 1996년, 미래 ICT 생태계를 콘텐츠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점쳤다.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로 나뉘는 ICT생태계에서 콘텐츠가 핵심 요소로 자리 잡는다는 예언이다.

2018년, OTT사업자들은 이 예언을 거스를 수 없었다. 콘텐츠는 왕이며 플랫폼의 질을 좌지우지했다. 올 한해만 해도 OTT 사업자가 콘텐츠에 투자한 금액을 모두 더하면 18조 원에 달한다. 투자금은 라이선스콘텐츠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쓰였다. OTT사업자는 콘텐츠를 무기로 시장확장에 나서게 됐다. 미주 지역과 유럽은 포화상태가 되자, 이들의 눈은 아시아로 향했다. 아시아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 넷플릭스, 일본 콘텐츠 시장 바꾸다

넷플릭스는 2015년 일본에 진출했다. 한국 시장에 들어오기 전이다. 넷플릭스가 일본에 진출하며 벌어진 이야기는 국내 콘텐츠 시장을 전망할 수 있는 주요한 케이스스터디다. 글로벌 대형 OTT 서비스가 아시아에 진출하며 어떤 콘텐츠 분야가 변했고, 어떻게 변해갔으며, 수익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실제로 누가 수혜를 입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국 시장의 전망을 예단해볼 수도 있다.

넷플릭스의 일본 진출은 예견돼있었다. 넷플릭스는 이미 2014년부터 일본 시장에 들어갈 생각을 염두해 뒀다. 이 시기부터 일본 콘텐츠 IP를 축적시켰다. 넷플릭스는 일단 이 콘텐츠들을 다른 국가들에 서비스했다. 이후 2015년 9월, 일본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정식 런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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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dTV. 사진=dTV홈페이지 갈무리

사람들은 가입자 1억 명을 거느린 넷플릭스를 우려했다. 일본은 유료방송에 익숙하지 않았다. “과연 사람들이 돈을 내고 방송을 볼지” 의문이 들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 케이블TV가 일반화된 미국과 달리 일본은 케이블TV 1위 회사의 가입자가 350만 명에 불과하다. 일본 인구가 1.2억 명이니 전체 인구에 3%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현지 경쟁자도 문제였다. 일본에는 이미 1위 사업자 NTT도코모의 dTV 등 다양한 정액제 동영상 전송 서비스가 자리 잡았다. 여기에 일본인들이 헐리우드 등 외산콘텐츠보다 로컬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도 걸림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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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IP 넷플릭스 애니메이션들.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넷플릭스는 현지 사업자들과 제휴하는 전략을 택했다. 오프라인 프로모션과 가입자 계약은 일본 3위 통신사업자 소프트뱅크에 맡겼다. 콘텐츠는 현지 지상파 방송사 후지TV와 엔터테인먼트기업 요시모토 흥업과 협력해 마련했다. 콘텐츠 경쟁력이 저조하다는 시선도 있었다. 이에 넷플릭스는 작년 8월 넷플릭스 아니메 슬레이트(Netflix Anime Slate)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에 투자한다고 밝히며 반격했다.

넷플릭스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더빙버전과 자막도 준비해 190여 개국에 출시할 수 있도록 전개했다. 이 방식은 넷플릭스와 애니메이션 제작사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OTT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높이고,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전 세계로 자사 콘텐츠를 알릴 수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 수요 중 90%는 일본 밖에서 발생하게 됐다.

일본 애니메이션계도 전 세계 유통망 길이 열렸다. 음지에 머물렀던 콘텐츠 흐름을 양지로 끌어 올릴 수도 있었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정보통신백서>에 따르면 2015년 일본 방송콘텐츠 수출액 289억(약 2,870억 원) 중 온라인 VOD 수출 실적은 86억 엔(약 853억 원)으로 30% 수준까지 올라왔다. 2012년 이전 방송콘텐츠 수출의 90%가 프로그램 방영권에서 나왔으니 괄목할만한 성과다.

호조는 2016년 정점을 찍는다.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에는 역대 최대 제작 편수인 266편이 나왔다. 넷플릭스만해도 아니메 슬레이트에서 13개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에는 기존 제작비보다 5배에서 10배 많은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규모와 콘텐츠의 질이 항상 비례하진 않지만, 넷플릭스는 양질의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성과를 거둔 뒤 다시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넷플릭스의 투자발표 이후 주요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은 2020년까지 일감이 차게 됐다.

▶ 참고자료
"드라마, 올해만 좋을까요?"(20180521), 한화투자증권

이종균 기자 ljk@con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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