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3 13:20  |  엔터테인먼트

[콘경 인문학] 트렌드, 의미의 물줄기

[콘텐츠경제 이종균 기자] 트렌드는 사회에 빠르게 확산되고 어느 순간 소멸된다. 새로운 문화트렌드의 등장은 기존 문화트렌드의 힘을 약화시키고 주류 현상으로 입지를 공고히 한다. 과학의 패러다임처럼 트렌드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

트렌드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논리적으로 규명할 수 있을까?

프랑스 인류학자 질베르 뒤랑은 트렌드의 생성과 소멸 구조를 ‘의미의 물줄기(bassin se'mantique)’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강의 흐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의미의 물줄기는 세대 변화에 따른 다양한 의미의 생성과 대립, 융성과 소멸의 과정을 사회·문화적 역동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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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사진=pixabay

뒤랑이 개념화한 의미의 물줄기는 ‘스며나옴’, ‘분수기(分水期)’, ‘합류기(合流期)’, ‘강의 이름’, ‘연안 구획’, ‘고갈되어 델타로 남기’ 등 여섯 단계로 구분된다.

스며나옴

“문화 환경 내에서 새로운 흐름들이 형성된다. 새로운 흐름들은 과거에 사라졌던 옛 의미의 물줄기가 소생한 것이다. 스며나옴은 의미의 물줄기 첫 양상으로, 정돈되지 않고 분산되어 있으며 때로는 상호 대립적이기도 한 작은 흐름을 뜻한다.”

트렌드가 생성되는 최초의 단계에는 새로운 현상들이 출현한다. 무엇이라 설명할 수 없는 불분명한 현상들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분산되어 있다. 이 현상들은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 취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분수기

“분수기는 물줄기들이 결합하여 당파, 학파, 사조를 이루고 다른 방향성을 가진 흐름들과 서로 맞서는 현상을 빚는다. 이 단계는 상상계의 체제들이 싸움을 벌이고 대립한다.” 이 예로 뒤랑은 현대의 과학주의와 초현실주의의 대립을 주목했다.

스며나옴에서 생성된 현상들은 동일한 방향과 공통의 의미를 지닌 현상들과 합쳐진다. 이 시기는 원자로서 개인의 관심들이 공통의 성질을 지닌 분자로 변화되어 미약한 트렌드를 생성한다. 이후 트렌드는 사회에 이미 형성된 기존 트렌드와 경합한다.

합류기

“지류들이 합쳐져서 하나의 강이 이루어지듯, 합류기는 여러 흐름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큰 흐름을 형성한다. 의미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권위나 영향력 있는 인물의 인정과 뒷받침이 필요하다.”

기존 트렌드와 경합을 거쳐 독자적인 의미를 지닌 새로운 트렌드가 출현한다. 이 시기에는 언론, 학자, 스타 등이 새롭게 형성된 트렌드의 의미를 규정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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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줄기. 사진=pixabay

강의이름

“강의 이름은 전설적인 일화 등에 힘입은 하나의 신화 혹은 하나의 이야기(역사)가 그 의미의 물줄기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강의 이름은 의미의 물줄기를 상징적인 명칭으로 표상한다.”

이 시기에 트렌드는 특정 현상을 지칭하는 명칭이 부여된다. 혼족, 욜로(YOLO), 나나랜드, 뉴트로 등 트렌드 명칭이 생성되고, 상징적인 의미들이 부여된다. 이제 트렌드는 마치 규범처럼 대중들이 인정하고 수용하게 된다.

연안구획

“연안 구획 이론적·양식적으로 의미가 공고해지는 시기이다. 하지만 범람 현상이 일어나 그 흐름의 몇몇 전형적 성격들이 지나치게 과장되기도 한다.”

강의 이름을 지나 연안구획에 이른 트렌드는 사회 속 주류 현상으로 인정받는다. 문화 트렌드를 따르는 대중들이 증가하고 아류 현상들도 발생된다. 하지만 트렌드의 대중적 확산은 자연스럽게 의미의 포화상태를 초래하고 새로움을 추구하게 된다. 결국 주류 트렌드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성되는 기회를 제공한다.

고갈되어 델타로 남기

“고갈되어 델타로 남기는 곡류와 변이들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세력이 약해진 물줄기는 여럿으로 나뉘어 주변의 흐름들에 흡수된다.”

기존의 트렌드는 힘을 잃고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트렌드는 완전히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스며나옴으로 전이되고, 새로운 트렌드에 흡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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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트렌드. 사진=GLOBAL MICE Insight

의미의 물줄기는 인간이 만들어낸 사상과 산물들의 흐름들의 순환성을 강조한다. 의미의 물줄기는 단순히 강의 흐름에만 비유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 시대의 사상 등의 순환성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 사회의 삶의 양식, 문화적 맥락은 기술과 문화적 변동에 의해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한다. 지금 이 사회에 형성된 트렌드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스며나옴이 생성되고, 경합과정을 벌이며 새로운 트렌드가 생성된다.

자료 : 질베르 뒤랑, 신화비평과 신화분석

이종균 기자 ljk@con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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