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2 17:20  |  웹툰·웹콘텐츠

웹툰 노블레스, 영웅서사와 허무엔딩..."11년 명성 오점 남겨"

[콘텐츠경제 윤은호 기자] 국내 웹툰 독자들에게 11년간 사랑 받은 웹툰 '노블레스'가 반복적인 이야기 패턴과 허무한 엔딩으로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2000년대 일본 3대 소년만화를 ‘원나블’이라고 불렀다.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의 앞 글자를 따서 부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의 3대 소년만화를 칭하는 표현이 있다. ‘신의 탑’, ‘노블레스’, ‘갓 오브 하이스쿨’의 앞 글자를 따서 부르는 ‘신노갓’이다.

노블레스는 2007년부터 2018년 말까지 11년에 걸쳐 연재된 장편 웹툰으로 네이버 웹툰에서 화요일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노블레스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주인공 라이제르의 대사 “꿇어라.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가 압도적인 강함을 나타내는 인터넷 밈(meme)으로 소비됐다. 해외 만화 사이트 망가폭스에서는 ‘원나블’과 경쟁을 할 정도로 북미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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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의 절대 강자로 군림한 노블레스는 11년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한국의 대표 웹툰이다. 사진=네이버 웹툰
노블레스는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공략 초기에 첨병 역할도 했다. ‘노블레스: Awakening’ 이라는 제목으로 한일합작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기도 했다. 스타일리시한 작화와 미형의 캐릭터, 소년만화의 장점을 동시에 갖춘 노블레스는 오랜 기간 동안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월부터 벌어지기 시작한 별점 테러는 노블레스의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별점 테러의 시작은 반복된 이야기 패턴에 있다. 장기 연재되는 소년만화는 주인공이 전투를 통해 더 강해지는 성장 서사를 많이 사용한다. 노블레스는 달랐다. ‘라이제르’와 ‘프랑켄슈타인’은 어떤 적이든 압도적인 힘으로 제압하여 동료를 구했다. 노블레스는 매 시즌마다 적을 제압하고 동료를 구하는 이야기 패턴이 반복됐다. 독자들은 라이제르의 절대적 힘에 쾌감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된 이야기 패턴은 지루함의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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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는 반복적인 영웅 서사로 독자들에게 별점 테러를 당했다. 사진=네이버 웹툰
또 다른 별점 테러의 원인으로 ‘허무함’이 있다. ‘노블레스 시즌 8’에서는 별점 테러와 독자 불만이 본격화됐다. 이 시기에는 노블레스의 이야기 설정 붕괴가 본격화됐다. 작품 속에서 수백 년간 가주들이 찾아다녔다는 귀한 아이템 블러드스톤이 마치 공산품인 것처럼 자주 등장했다. 시즌 8의 최종 보스 마두크는 블러드스톤의 힘을 흡수했지만 라이제르 앞에서 한 번에 제압당했다. 또 시즌 9에서는 더 많은 블러드스톤과 더 잦은 무의미한 전투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들은 무의미하게 소모됐다.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들조차 한 번에 무릎을 꿇게 만드는 세계관 최강자가 바로 라이제르였다.

주인공 라이제르가 목숨을 건 희생을 치르며 막아낸 이 작품의 최종 보스는 두 개의 핵미사일이다. 11년간 달려온 이 만화의 끝을 핵미사일로 설정하여 독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엔딩에서 그동안의 설정 붕괴를 수습하기보다는 오히려 붕괴를 완전히 굳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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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는 11년 동안 이어져온 거대 이야기를 무시한채 허무하게 막을 내려 독자들의 분노가 이어졌다. 사진=노블레스
엔딩 후기에서 스토리 작가는 결말이 처음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노블레스를 관통하는 설정과 주제부가 무엇인지 작가와 편집부가 이해하지 못하고 만들어 낸 결말이 빚어낸 혼란이다.

노블레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귀족에게는 의무가 따른다는 이 말은 라이제르라는 캐릭터를 규정한다. 노블레스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라이제르의 모습, 그에 걸맞은 강함은 많은 독자를 작품에 빠져들게 했다. 천재지변에 가까운 재앙을 가져오는 적들을 일거에 소멸시키는 그가 핵폭탄 두 방에 소멸해버리는 모습은 노블레스가 지난 11년간 받았던 사랑을 일거에 저버리는 무책임한 결말이었다.

작가는 작품 마지막 후기를 통해서 ‘노블레스’가 ‘청춘을 바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노블레스는 핵미사일로 소멸하는 엔딩 장면을 그리면서 오블리주 없는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참고자료: 이재민, '노블레스' 오블리주 없는 엔딩, 한국콘텐츠진흥원

윤은호 기자 yyh@con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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