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3 11:20  |  웹툰·웹콘텐츠

[콘경 인문학] 이미지 감정, 푼크툼과 스투디움

[콘텐츠경제 이유나 기자] 동일한 이미지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런 감흥 없이 수용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커다란 감정을 유발한다. 감정이 갈리는 이유는 이미지의 ‘스투디움’(studium)과 ‘푼크툼’(punctum) 때문이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에 따르면 이미지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호가 아니라 관객의 감정을 흔드는 흔적(trace)이다. 이미지는 대상을 재현한 그림도 아니고, 정보를 전달하는 문서도 아니다. 단지 어떤 대상이 존재했던 흔적일 뿐이다. 한마디로 바닷가 모래 위에 흔적을 남긴 발자국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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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트는 이미지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호가 아니라 관객의 감정을 흔드는 흔적이라고 말한다. 사진=pixabay
롤랑 바르트는 ‘카메라 루시다’에서 이미지의 본질을 라틴어의 ‘스투디움’과 ‘푼크툼’으로 구분했다.

스투디움은 어떤 것에 대한 전념, 누군가에 대한 애정, 열정적이지만 특별히 격렬하지는 않은 일반적인 정신 집중을 의미한다. 일종의 교육으로서 지식과 예절이다. 관객은 문화적으로 길들여진 보편적 감정과 습관으로 이미지를 감상한다. 이성적인 능력인 지식과 교양을 통해 이미지를 해석하는 것이다.

스투디움은 이미지를 감상하는 관객 누구나 알 수 있는 공통된 특징이다. 사회적인 교육에 의해 길들여진 감정이며, 작가가 의도한 바를 관객이 동일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투디움이다. 지식, 문화, 관습 등 종합적인 정보를 갖고 관객이 느끼는 것이 스투디움이다.

반면 바르트는 푼크툼을 이미지의 가장 중요한 효과로 말했다. 푼크툼은 이미지에서 화살처럼 밖으로 나와 관객을 관통해 뾰족한 도구에 찔린 자국, 흔적, 상처다. 관객은 지식이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이미지를 발견하고, 상처를 받고, 환유적인 경험을 한다.

푼크툼은 관객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감정이다. 만약 관객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지만 나에게만 특별한 감정이 든다면 푼크툼이다. 바르트는 푼크툼이 없는 예술은 생명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푼크툼이 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세부요소다. 대다수의 푼크툼은 관객에게 주목받지 못한 세부요소(부분적 대상)에서 나온다. 하지만 세부요소로만 푼크툼이 되지는 않는다. 두 번째는 이미지가 비의도적이어야 한다. 푼크툼은 우연히 그곳에 있었기 에 사진에 찍힐 수밖에 없었던 세부요소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연출할 수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푼크툼은 관객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작은 전복을 일으켜야 한다. 관객을 이미지의 프레임 밖으로 끌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스투디움이 사진의 의미를 읽게 해주는 관습적 코드라면 푼크툼은 일체의 해석의 코드를 전복하며 특정한 감정을 일으키는 사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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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이미지는 서울 가로지르는 강으로 해석(스투디움)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담긴 공간으로 해석(푼크툼)될 수 있다. 사진=pixabay
푼크툼과 스투디움은 이미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드라마, 영화, 광고에서도 푼트툼과 스투디움은 드러난다. 영화 ‘미드나잇 파리’에 등장하는 에펠탑은 관객의 별다른 해석이 필요 없다. 관객은 이미 세계사, 문화교육으로 프랑스를 상징하는 에펠탑의 역사와 가치를 알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여행을 경험한 관객은 그곳에서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에펠탑의 추억은 관객에게 뾰족한 상처이자 흔적으로 푼크툼이다. 모든 관객은 동일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에펠탑을 방문한 관객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바르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묘사된 에펠탑은 모든 관객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상처를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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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묘사된 에펠탑은 관객에게 보편적 해석인 스투디움과 개인적 감정인 푼크툼을 제공한다. 진=미드나이 파리
영화에서 스투디움은 연출가가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이 메시지는 관객에게 동일하게 수용될 수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스투디움만 제공하는 영화 이미지(장면)는 좋지 않다. 관객은 연출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구경꾼에 만족하지 않는다.

다양한 푼크툼을 일으키는 영화 이미지(장면)는 좋다. 관객과 영화 이미지 사이에 개별적인 관계가 만들어지고, 그 통로를 통해 개인적인 경험이 연상된다. 바로 그것이 매력적인 이미지다.

이유나 기자 lyn@con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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