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5 09:50  |  엔터테인먼트

[콘경 인문학] 박물관 전시, 정신보다 신체 경험 중요

[콘텐츠경제 윤은호 기자] 인간은 사물을 지각한다. 지각은 정신작용일까. 신체의 행위에 따른 것일까.

메를리 퐁티(Maurice Merleau Ponty)는 서양의 주지주의 전통을 비판하고 인간의 신체를 격상시켰다. 신체의 주체적인 역할을 강조한 메를리 퐁티에 따르면, 신체는 정신과 구별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주어진 것도 아니다. 지각은 정신이 아니라 신체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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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리 퐁티는 인간의 지각을 정신이 아닌 신체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물관에서도 인간의 지각은 신체에 의해 일어난다. 사진=pixabay
신체가 세상을 지각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신체를 주체로 보는 것은 의식의 존재로 간주하는 것이다. 신체가 지각의 주체인 이유는 의식이나 자아처럼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드러난 신체를 통해 세계와 접촉하기 때문이다. 다른 대상들과 교류하는 감각의 주체로서 신체가 실존하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는 지각을 위해 반응한다. 신체는 모든 소리에 반향해서 울리고 모든 색깔에 진동해 모든 대상들을 감응한다. 지각하는 나는 세계로 열려있으며 반대로 세계 또한 나에게 열려있다. 신체는 세계를 향해 인간을 이끌며, 주변 환경과 더불어 살아간다.

박물관은 전시콘텐츠와 관람객이 만나 지각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지각의 세계인 현상적 장(場)이다. 신체는 박물관의 전시콘텐츠를 향해 열려있고, 지각하는 주체다.

박물관은 수많은 오브제들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객과 상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감각의 세계다. 또 전시콘텐츠는 색상, 위치(상, 하, 좌, 우), 면적(오브제가 차지하고 있는 폭, 깊이) 등의 사물의 형태와 질 그리고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전시콘텐츠는 주변 공간의 조명을 어둡게 하거나 색상의 명도를 낮추어 관람객의 전시경험을 높인다. 관람객은 전시콘텐츠를 지각하기 위해 신체의 감각기관을 공감각적으로 통합한다. 이로 인해 관람객은 전시 공간을 일상의 공간과 혼돈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인간의 공간적 수준 때문이다. 공간적 수준은 관람객이 각기 다른 공간을 지각하는 방식이다.

한편, 박물관에서 신체의 습관 또는 문화화된 신체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박물관은 전시관 내 금지되는 규칙을 만들고, 전시콘텐츠를 관람하기 위한 동선을 설정한다. 관람객은 규칙을 위반하지는 않으며 박물관의 질서를 따른다. 관람객은 박물관의 규칙들을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으로 신체에 습관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신체 스키마에 의해 관람객은 박물관의 질서를 체화하고, 현상들을 통합한 것이다.

신체는 단순히 의식의 대상이 아닌 끊임없이 세계를 경험하는 ‘경험의 장’이다. 모든 지식은 단순히 사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지식은 신체을 통한 주관적 경험으로 생성된 것이다.

참고자료:Merleau-Ponty, M. Phénoménologie de la perception

윤은호 기자 yyh@con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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