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31 10:30  |  웹툰·웹콘텐츠

[콘경 인문학] 바르트의 텍스트 이론과 관광 앱

[콘텐츠경제 김수인 기자] 바르트의 지적 여정은 그리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하나의 이론을 평생의 학문적 관심으로 삼고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르트가 소설가, 신비평가, 기호학자, 텍스트 이론학자 등으로 불리는 이유다.

바르트의 지적 여정은 크게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글쓰기, 기호학적 여정을 주로 다루었던 1단계, 언어에 내포된 이데올로기, 신화, 기호학적 분석을 2단계, 저자의 죽음, 텍스트 이론을 다루었던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바르트가 텍스트 이론에 집중한 시기는 현재 콘텐츠 영역의 핵심 개념인 상호작용성, 집단지성, 능동적 사용자 등의 토대를 마련했다.

후기 바르트의 텍스트 작업은 텍스트 또는 텍스트성으로 요약된다. 그동안 저자와 작품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혈연관계, 소유주와 소유 대상 사이의 소유 관계였다. 독자는 저자에 의해 창조된 작품에서 저자의 의도를 확인하고, 최대한 가까이 가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center
바르트의 텍스트 이론은 오늘날 콘텐츠 산업에서 중요한 상호작용성, 집단지성, 능동성 등의 개념적 토대가 됐다. 사진=pixabay
문학비평에서 저자의 개념은 작품 개념과 밀접하게 연결되고, 작품의 읽기, 해석, 비평의 유효성과 정확성 여부를 가늠하는 최후의 권리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바르트는 저자의 개념에 이의를 제기하고 해체시키기 위해 작품에서 텍스트로의 이동했다.

바르트의 유명한 논제 ‘저자의 죽음’은 텍스트 이론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독서활동에서 절대적 권위를 지녔던 저자의 가치관과 의도는 더 이상 독자에게 그대로 수용되지 않는다. 텍스트는 독자의 가치관과 읽기 능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텍스트의 의미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의적인 의미를 지닌 것이다.

독자는 텍스트가 표현하는 의미를 단순히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않는다. 독자는 역동적인 주체로서 의미를 만들어 내고 재생산 하는 역할을 한다. 이제 의미 생산의 주체가 저자에서 독자로 이동한 것이다. 언어의 무한한 유희 공간인 텍스트 안에서 독자는 저자와 더불어 텍스트를 완성하는 공저자가 된다. 독자의 탄생은 저자의 죽음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텍스트는 소비의 대상에서 유희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텍스트는 생산으로만 체험되는 것이 아니다. 독자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텍스트의 의미를 발견하며 유희를 즐긴다. 텍스트는 즐거움이 대상이 된 것이다.

바르트는 텍스트의 특성에 따라 읽히는 텍스트(Readerly text)와 쓰는 텍스트(Writerly text)로 구분한다. 읽히는 텍스트는 독자가 읽을 수 있으나 다시 쓸 수 없는 텍스트다. 이 특성은 독자로 하여금 특권적이고 근원적인 의미를 찾게 한다. 반면 쓰는 텍스트는 독자가 더 이상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다. 독자는 초월적인 의미를 거부하며, 무한한 의미를 생성한다.

독자는 쓰는 텍스트를 어떻게 할 수 있나. 바르트는 ‘S/Z’에서 텍스트의 다시 읽기와 다시 쓰기를 제안했다. 바르트는 발자크의 중편소설 S/Z의 다시 읽기를 통해 렉시와 코드를 제시했다.

렉시는 독해의 최소 단위로 바르트는 S/Z에서 561개의 렉시를 발견했다. 또 지시적 코드, 행위적 코드, 문화적 코드, 해석적 코드, 상징적 코드 등 5개의 코드를 확인했다. S/Z에서 렉시와 코드의 수는 바르트가 자의적으로 도출한 것이지만 텍스트를 읽는 독자에 따라 무한하게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텍스트를 읽는 즐거움이다. 텍스트 해석은 단일한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다. 독자는 쓰는 텍스트를 통해 해석의 다양성과 수많은 의미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바르트의 텍스트 이론은 관광 앱에 중요한 의미를 제공한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앱 형태로 스마트 관광 앱를 제작하고 있다. 관광객은 관광 앱을 사용해 지역의 관광지, 관광루트, 맛집 등의 관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관광 앱이 관광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관광 앱은 지자체의 명소를 관광객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해 천편일률적인 관광을 유도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관광객의 개별적 경험들이 정형화된 여행문법에 의해 차별성을 잃고 동일화되어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관광 앱을 텍스트로 가정할 때, 기존 관광 앱은 절대적 권위를 갖는 저자, 다시 쓸 수 없는 읽는 텍스트다. 관광객은 관광 앱이 제공하는 정보들만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자체는 텍스트의 저자와 같다. 관광 앱은 관광객이 수정할 수 없도록 일방향적인 관광 정보만을 제공하여 읽는 텍스트와 같다.

center
관광 앱은 텍스트의 특징과 유사하다. 관광 앱은 다시 쓸 수 있고, 다시 읽을 수 있는 기능을 갖췄을때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사진=LG CNS
최근 인기 있는 관광 앱은 바르트의 후기 텍스트 이론과 유사하다. 관광 앱은 일방향적인 정보에서 관광객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관광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관광객은 지역의 관광 명소, 코스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다른 관광객과 공유할 수 있다. 관광콘텐츠가 제공한 정보는 관광객에 의해 다시 쓰기가 가능하다.

이에 더해 관광객은 자신이 좋아하는 관광지를 찾아 관광 앱에 올릴 수 있다. 관광객이 올린 관광정보는 다른 사용자들과 공유할 수 있다. 바르트의 렉시와 같은 개념인 것이다. 관광객들마다 선호하는 관광지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지역이어도 관광객에 따라 다른 관광 포인트를 생성할 수 있다.

바르트는 문화를 텍스트로 간주한다. 텍스트는 다시 읽히고, 쓰일 수 있다. 독자는 텍스트를 통해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찾는다. 관광 앱도 마찬가지다. 상호작용성이 높은 관광 앱은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다. 바르트의 텍스트 이론이 콘텐츠 산업에 유효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참고자료

롤랑 바르트, S/Z
롤랑 바르트, 저자의죽음

김수인 기자 ksi@conbiz.kr

<저작권자 © 콘텐츠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신문위원회

PLAY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