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0 17:35  |  엔터테인먼트

[콘경 인문학] 애니메이션의 '고정관념'

백인 왕자·공주, 흑인 노예 등 일반화...'슈렉' '공주와 개구리' 이어 '인어공주'로 고정관념 뒤집어

[콘텐츠경제 이종균 기자] 고정관념이란 특정 대상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통으로 가지는 고정된 견해와 사고를 뜻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고정관념을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라고 하는데, 한 사회의 집단 구성원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인식체계라 할 수 있다.

대다수의 고정관념은 과학적 근거 없이 일반화된 개념이다. “키 크면 싱겁다, 흑인들은 난폭하다, A형이 소심하다” 등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실제 생활에서 우리는 피부색, 특성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구분한다.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 고정관념을 별다른 의심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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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은 한 사회의 집단 구성원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인식체계다. 고정관념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학습되며, 현재 살고 있는 사회에 좌우되고,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입력된다. 사진=pixabay
우리의 인식체계에서 고정관념이 자리 잡는 경로는 다양하다. 학문도 각자의 시각에서 고정관념의 생성 경로를 말하고 있다. 사회학은 학습, 문화학은 체험, 심리학은 사회•인지적 이유 등을 꼽고 있다.

공통점도 있다. 고정관념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학습되며, 현재 살고 있는 사회에 좌우되고,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입력된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정관념은 미디어와 문화 콘텐츠의 영향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중 애니메이션은 고정관념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도구다. 애니메이션은 허구의 이야기와 소재로 국가, 인종, 캐릭터 등의 고정관념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주입하고 있다. 흑인 노예, 백인 왕자와 공주, 미남 왕자와 미녀 공주 등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은 실제와 다른 고정관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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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은 고정관념을 생산하기도 한다. 흑인은 노예라는 고정관념을 만들어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주입하고 있다. 사진=Pocho.com
노예는 왜 흑인이어야 하고, 왕자와 공주는 왜 백인과 미남미녀야만 하는가.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을 깬 캐릭터가 등장하면 오히려 우리는 불편함을 느낀다. 어쩌면 우리는 고정관념을 별다른 고민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왜 고정관념을 고집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우리가 고정관념에 의존하지 않고는 일상생활의 모든 사물을 새롭게 지각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고정관념의 체계가 정체성의 핵심이며 방어기제의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한편 애니메이션은 소비자에게 고정관념을 주입하지만, 고정관념의 주입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입장에선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가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어렵듯이, 제작사도 소비자의 고정관념을 일부러 부수지 않는다. 고정관념을 깬 소재로 인해 소비자가 거부감을 느낀다면, 영화사 입장에서는 흥행에 부담되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을 깨려는 애니메이션의 실험이 있었고, 이 시도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애니메이션 ‘슈렉’, ‘공주와 개구리’는 고정관념을 깬 애니메이션이다. ‘슈렉’의 못생긴 공주 피오나와 ‘공주와 개구리’의 흑인 공주 티아나는 우리의 고정관념과 반대되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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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은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슈렉’의 못생긴 공주 피오나(좌)와 ‘공주와 개구리’의 흑인 공주 티아나(우)는 우리의 고정관념과 반대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사회의 다양성이 증가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진='shrek', 'the princess and the frog'
고정관념을 뒤집은 연출은 사회의 다양성이 증가했다는 증거다. ‘공주와 개구리’를 개봉할 당시 디즈니는 흑인 공주 캐릭터에 대해 시청자들의 의견을 조사했다. 디즈니는 흑인 여주인공의 출연으로 백인 관객들이 이 영화를 멀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조사에 참여한 대다수의 백인들은 흑인을 나와는 다른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회가 과거부터 쌓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 것이다.

반면, 고정관념은 사회에 부정적인 담론을 생산하기도 한다. 디즈니는 지난 4일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실사영화 주인공으로 흑인 배우를 캐스팅했다. 이를 두고 SNS을 중심으로 빠르게 비판이 확산됐다.

각종 SNS 등에서 일어난 비판의 요지는 이번에 캐스팅 된 흑인 배우가 인어공주 역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정관념이 작동한 것이다. 인어공주는 실제 인물이 아닌 동화 속 가상의 인물이다. 이 사실에 대해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에게 형성된 백인 공주의 고정관념이 인종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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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은 사회에 부정적인 담론을 생산하기도 한다. 디즈니는 지난 4일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실사영화 주인공으로 흑인 배우를 캐스팅했다. 이를 두고 SNS에서 인어공주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고정관념이 이번 논란을 만들었다. 사진=AAGAG
디즈니는 일부 여론을 겨냥해 반박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디즈니는 "애리얼은 전 세계 걸쳐 바닷속 왕국에 살고, 어디든지 수영할 수 있다"며 "덴마크인이 흑인일 수도 있기 때문에, 덴마크 인어들도 흑인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고정관념은 대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의식이 만든 결과다. 고정관념은 관객에게 재미를 줄 수 있고 때로는 부정적인 담론을 생산할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에 내재한 고정관념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제작사는 고정관념을 만드는 소재들을 멀리해야 한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고정관념을 갖고 애니메이션을 바라볼 필요가 없다.

이종균 기자 ljk@con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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