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1 18:06  |  웹툰·웹콘텐츠

[심층분석] 게임 과몰입, '동일시' 담론의 충돌

의학 담론 '정신 질병' VS 산업 담론 '한류 전도사'

[콘텐츠경제 박주하 기자] 한국에서 게임 과몰입이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 과몰입을 정신 질병으로 바라보는 의학 담론과 한류 전도사를 강조하는 게임산업 담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게임은 역기능과 순기능 등 이중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게임의 역기능을 주장하는 측은 게임 과몰입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며 발생하는 폭력성, 학습력 저하 등을 강조한다. 반면, 게임의 순기능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경제 파급효과를 내세운다.

두 담론 모두 맞다. 게임 과몰입은 역기능과 순기능을 모두 초래한다. 그렇다면 과몰입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인가.

학계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은 리얼리티(reality)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이다. 리얼리티란 재현한 대상이 마치 실제 사건이나 공간인 것처럼 보이는 것을 뜻한다.

center
게임의 대표적인 역기능인 과몰입은 실제와 유사하게 재현된 리얼리티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 많다. 사진=justcause2


리얼리티가 과몰입의 초기 단계라면 다음 단계는 동일시다. 중요한 것은 리얼리티가 동일시와 이어졌다는 것이다. 리얼리티가 게임 과몰입을 유발하는 이유는 사용자가 게임에 동일시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에 따르면, 6~18개월의 아이들은 거울 단계를 겪는다. 거울 단계에서 아이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보며 동일시를 느끼게 된다.

아이는 거울 속 자신의 이미지를 이상적인 자아로 생각한다. 실제는 이와 다르다. 거울 속 자아는 완벽한 이미지로 존재하지만 아이는 실제 자신의 신체를 감각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 아이는 거울 속 완벽한 형상으로 비친 자신의 이미지와 동일시하고 나르시즘을 겪는다. 하지만 아이는 상상의 세계에서 타자(아이)의 이미지를 동일시하는 오인과 착각을 하는 것이다.

게임도 이와 마찬가지다. 게임 인터페이스는 거울과 같다. 실재처럼 구현된 가상의 게임 공간에서 유저는 캐릭터에 동일시를 느끼고, 게임 스토리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지점부터 시작한다. 유저가 캐릭터와 동일시를 한 나머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혼돈하기 시작한다. 폭력적인 게임에 과몰입 한 유저는 현실 세계에서도 게임 속 캐릭터의 폭력성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center
사진=GameOgfe
물론 이에 대한 반대 입장도 존재한다. 모든 유저가 폭력성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폭력성을 드러내는 유저는 폭력적인 성향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용서받지 못할 게임으로 불리는 GTA(Grand Theft Auto)는 게임의 역기능을 언급할 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임이다. GTA는 유저가 도시를 활보하며 강도질을 하는 스토리로 차량 강탈, 상점 약탈, 살인 등이 가능하다. 유저는 게임 속에서 리얼리티로 인해 캐릭터와 동일시 경험을 하는 것이다.

GTA의 리얼리티가 실제 사건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미국 버지니아텍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사건의 가해자는 GTA 게임을 즐겨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는 GTA 게임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여론이 팽배했다.

한편, 게임을 산업적 측면에서 순기능을 강조하는 담론들도 있다. 이러한 담론들은 과몰입의 문제보다 게임의 신한류 효과, 경제적 파급효과 등에 중점을 둔다. 특히 게임의 경제적 가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게임산업 수출액은 약 7조5594억원으로 전체 콘텐츠 중 수출액 1위를 차지했다.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에 비교해 게임의 수출액은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한국의 게임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center
지난해 한국 게임의 수출액은 전체 콘텐츠 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사진=engadget


해외에서 한국 게임의 인기는 유저들에게 한국의 우호적인 감정을 만든다. 게임이 한류 전도사로 기능을 한다는 것이 게임을 긍정적으로 보는 담론들의 주장이다.

게임은 상호작용성이 높아 순기능과 역기능의 효과가 강력하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균형감이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어진 기능들을 다시 원상태도 돌려야 한다. 동일시 경험으로 과몰입에 빠지는 유저들에게는 적절한 게임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반면 인기몰이를 위해 과도하게 자극적으로 만든 게임은 과몰입,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박주하 기자 pjh@conbiz.kr

<저작권자 © 콘텐츠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신문위원회

PLAY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