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4 21:05  |  엔터테인먼트

[음악산업 이슈] 음원 사재기 '논란'..."브로커 단속 한계"

[콘텐츠경제 김수인 기자] 음원 사재기 논란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룹 블락비 맴버 박경이 24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인기 가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음원 사재기 논란이 거세지자 박경 측은 실명을 거론한 가수들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없었다며 해명을 했다.

음원 사재기 의혹은 음악계의 해묵은 숙제다. 음원 사재기는 인기 순위 조작, 저작권 수익을 위해 저작권자나 브로커가 음원을 부당하게 구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한마디로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나 음원 사이트 차트 순위를 올리기 위해 음원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수법이다.

음원시장이 형성되면서 암암리에 이어진 음원 사재기는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 순위, 저작권 사용료, 행사 출연료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심화됐다고 할 수 있다.

음원 사재기의 가장 큰 원인은 저렴한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있다.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원 사이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 상품이다. 저렴한 요금은 고스란히 창작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창작자는 음원 수익을 높이기 위해 스트리밍 재생 횟수를 높여야 한다. 그렇게 음원이 인기를 모으고 순위에 올라야 방송이나 공연 섭외가 많이 이뤄진다. 사재기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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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재기가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와 함께 새로운 음원을 자정에 맞춰 공개하는 방식도 음원 사재기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심야와 새벽 시간에 특정 음원을 다운로드하거나 스트리밍해 차트 상위권에 진입시키는 방법이 일부 팬클럽과 불법 사재기 업체를 통해 이뤄졌다. 이렇게 차트에 오른 음원은 오전 내내 상위 순위에 오르면서 음원의 불공정 경쟁을 부추겼다.

이에 문체부는 2016년 2월에 음악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개정 법률은 음악 관련 업자가 특정 음원이나 음반의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해당 음악을 부당하게 구입하는 음원 사재기 행위는 법의 규제를 받도록 했다. 사업자에게 대가로 금품을 받고 음악을 부당하게 구입하는 경우는 물론 기획사의 주도하는 팬들의 단체 행동도 처벌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음원 사재기 법적 제재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음원 사재기를 막으려는 정책을 펼쳤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법률 개정 이후에도 음원 사재기는 끊이지 않고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수 닐로의 ‘지나오다’가 그룹 위너, 트와이스, 엑소 첸백시 등 인기 아이돌 그룹들을 제치고 멜론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었다. 이를 둘러싸고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졌었다.

또, 숀도 ‘Way Back Home’이라는 곡으로 음원 차트 1위뿐만 아니라, 단 한 번의 방송 출연도 없이 음악프로그램 1위까지 올라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확산됐었다.

지난해부터 음원 서비스 업체들은 심야시간대인 오전 1~7시에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freezing)’을 적용해 사재기 논란 방지를 시행했다. 차트 프리징은 음원 소비량이 급감하는 심야시간대에 차트 집계를 제외시키는 전략이다. 차트 프리징이 풀리는 오전 7시 이후의 음원 이용 데이터만이 음원 차트에 반영된다. 하지만 차트 프리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음원 조작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국회도 지난 6월 24일 국정감사에서 음원 사재기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됐다. 또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8월 '음원 사재기 신고창구'를 개설해 음원 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뿌리 뽑는다는 계획이다.

한편 음악 산업계도 음반 사재기를 근절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음악산업 단체들이 건전한 음원유통 환경 조성을 위한 윤리 강령 선포식을 열었다.

정부와 민간의 노력에도 아직 음원 사재기가 근절되고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뾰족한 묘수가 없어 보인다.

이럴수록 본질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음원 사재기를 막기 위해 브로커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브로커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고, 컴퓨터 서버를 외국에 두고 조작하기 때문에 수사와 단속이 어렵다. 하지만 음원 사재기는 철저한 수사만이 음악산업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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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재기를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브로커 단속과 방송사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또 지상파 방송국은 출연 가수를 형평성 있게 섭외해야 한다. 여전히 방송국은 가수들의 마케팅을 위한 막강한 수단이다. 대형기획사는 소속 가수를 방송국에 출연시키기 쉽지만, 소형기획사나 기획사가 없는 가수는 방송에 출연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아직 방송국의 음악프로그램은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공간이 아니다. 방송국 음악제작관계자들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내 음악산업은 어느 때보다 찬란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아시아에 한정됐던 인기가 유럽과 북남미 대륙으로 확산됐다. 국내에서 불거진 음반 사재기 논란은 힘겹게 쌓아온 K-POP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건전한 음원 유통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수인 기자 ksi@con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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